우리는 상황에 맞춰 그 상황에 맞는 모습을 보여준다.
어렸을 때부터 배운 예절과 에티켓이 우리가 상황에 맞게 행동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사람이 많은 지하철 안에서 아무도 싫은 소리 하지 않는 것은
남들도 불편한 것을 알고, 짜증을 내면 더 힘들어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렇듯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잘 살아가기 위해 우리 자신을 숨기는 법을 배운다.
이런 특성들을 우리는 우리에게 유리하도록 활용할 수 있다.
자기 자신을 숨기고, 타인에게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
그것이 이미지 메이킹의 본질이다.
이미지가 왜 중요한가?
사람의 뇌는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세상을 간소화하여
내부에 하나의 모델을 만든다.
이 모델을 이용해 뇌는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을 예측하고,
이를 기반으로 판단과 행동을 한다.
빨간불에 횡단보도를 건너면 위험하다는 것은
우리가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우리의 뇌는 학습한 지식과 자동차가 달리는 도로를 통해
'빨간불 = 위험함'이라는 일종의 모델을 만든 것이다.
이 모델을 바탕으로 우리는 빨간불에는 멈추는 행동을
별 힘 들이지 않고 할 수 있다.
이렇듯 모델은 우리의 뇌가 에너지를 절약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이런 모델은 한 번 정해지고 나면, 그 모델을 바꾸기 쉽지 않다.
그것이 반복되면 반복될수록 더 굳어진다.
하루아침에 빨간불에 건너고, 파란불에 멈춰야 한다고 법이 바뀌었다 생각해 보자.
엄청난 혼란이 오지 않을까?
우리는 내면에 있던 모델을 바꾸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이런 모델은 사람에 대해서도 적용된다.
어떤 사람에 대한 느낌을 정하면,
그 느낌에 따라 사람의 말과 행동을 파악한다.
만약 이미지가 나쁘면,
그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하더라고, 좋게 해석되지 않을 것이다.
양치기 소년을 생각해 보자.
양치기 소년은 장난을 통해 거짓말쟁이라는 이미지를 스스로 만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진짜 늑대가 나타났을 때 마을 사람들이 양치기 소년을 돕지 않은 것이다.
그 반대의 상황도 가능하다.
만약 어떤 사람이 착하고 순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고 해보자.
그러면 사람들은 이 사람이 항상 착한 일만 하고 남을 위하는 마음을 가질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 사람이 한 번 어쩔 수 없이 부탁을 거절했을 때
사람들은 그 사람이 변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렇듯 우리에게 불리한 이미지가 한 번 결정되면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에 큰 장애물이 될 것이다.
우리는 이런 사태를 피하기 위해 미리 이미지 메이킹을 할 필요가 있다.
내가 하고자 하는 바에 도움이 되는 이미지를 구축하고,
이 이미지를 십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미지를 구축하는 방법
첫인상
사실 이미지의 대부분은 첫인상이 결정한다.
우리는 낯선 사람을 처음 보면
그 사람의 행동, 외모, 느낌 등을 통해 그 사람을 재빠르게 파악한다.
과거 우리 조상은 낯선 사람에 대해 빨리 판단하지 못하면 목숨이 위험했다.
낯선 사람을 만날 일이 거의 없으며, 만났다는 것은 대부분 적대적 이유였기 때문이다.
우리가 낯선 사람이 처음 말을 걸 때 무의식적으로 경계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다.
그 사람이 어떤 일을 벌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타인에게 좋은 첫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좋은 첫인상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외모와 태도라고 생각한다.
외모라는 것이 잘생김, 못생김의 영역이 아니라 깔끔한 외모를 말한다.
(물론 잘생기고 예쁘면 더 좋긴 하다.)
처음 어떤 사람을 만났는데 그 사람의 머리는 떡져있고,
눈에는 눈곱이 꼈으며, 옷도 후줄근하게 오면 어떤 기분이 들겠는가?
그리 좋은 느낌은 받지 못할 것이다.
또한 깔끔하게 하고 나왔어도 반말하면서 다리를 꼬면 어떤 생각이 들까?
예의가 없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고, 자신을 무시한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절대로 좋은 느낌을 받지는 못할 것이다.
또한 행동 중에서도 비언어가 중요하다.
어떤 사람이 가슴을 펴고 당당하게 걸으면서 말도 명확하게 하면 어떤 느낌이 들까?
그 사람은 자신감이 있으며 그 자신감을 뒷받침할 능력이 있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반대로 어떤 사람이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로 어슬렁어슬렁 걸어 다니면 어떤 생각이 들까?
그 사람은 무언가 실패를 했다던가, 의지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러니 비언어를 연습하여 자신이 원하는 이미지를 상대방에게 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일관성 있는 말과 행동
첫인상이 굉장히 중요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 이후에 기회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특정한 자세나 행동을 일관성 있게 보이면, 이미지는 조금씩 변하게 되어있다.
필자는 연구실에 처음 들어갔을 때 그리 능력 있는 이미지는 아니었다.
변한 환경에 적응하기 바쁘고, 연구의 결과물은 교수님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교수님이 굉장히 답답해하고, 혼나기도 많이 혼났다.
그러나 이후 실험하는 족족 결과가 나오고,
다른 대학원생들의 문제를 해결하고, 조언을 주면서
연구실 내에서 해결사의 이미지를 구축했다.
때문에 교수님과 미팅을 하거나, 다른 학생들과 이야기할 때
내 이야기,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신뢰성이 높아지게 되었다.
이런 이미지는 1년 이상 일관되게 결과를 냈기 때문에 구축이 가능했다.
이렇듯 일관된 행동을 보이면 그 행동에 따라 이미지가 바뀌기 마련이다.
그러니 첫인상에서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고 해도 실망하지 않길 바란다.
일관되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이미지는 바뀐다.
이미지는 상황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우리는 이미 상황에 따라 우리의 이미지를 바꾸고 있다.
생각해 보자.
친구들이랑 같이 있을 때, 그리고 상사랑 같이 있을 때 우리의 행동은 어떤가.
아마 많이 다를 것이다.
친구랑 있을 때는 친밀감을 나타내고, 동조하는 모습이 어울리고,
상사랑 같이 있을 때는 프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진지하게 말을 듣는 행동이 어울린다.
상사랑 같이 있는데 상사와 어깨동무를 하면서(그것도 회의 도중에)
"안녕! 잘 지냈어?"라고 하면 상당히 난감한 상황이 펼쳐질 것이다.
이렇듯 상황에 따라 이미지를 바꾸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기본적인 환경 외에도 상대방이 우리에게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에 따라
우리의 이미지는 달라져야 한다.
상대방이 우리를 공개적으로 모욕했다면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할까?
대응을 해야 할까? 대응을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혹은 상대방이 우호적 제스처를 보내온다면?
상대방의 의도는 무엇일까?
그렇다면 이것을 받아야 할까? 말아야 할까?
상황에 따라 어떤 행동, 어떤 이미지를 보여줄지는 당신의 선택에 달려있다.
이미지를 만들어 가면을 쓰는 것은 나쁜 일일까?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가면을 써서 사람들을 속이는 것은 정말 나쁜 일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가면을 통해 본모습을 감추고 사람들을 속이거나, 해를 끼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각해 보자.
어떤 사람이 부엌칼로 사람을 다치게 했을 때
우리는 부엌칼을 비난할 수 있을까?
부엌칼은 사람들에게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사람을 해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도구를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그 도구를 악용한 사람을 비난한다.
이미지를 만드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미지를 만들고 가면을 쓰는 것은 기본적으로 원활한 상호작용을 위해 만들어졌다.
어떤 사람이 그린 그림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해도
우리는 그것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그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 있고, 관계가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자기 자신을 감추고, 가면을 쓰는 것 자체는 나쁜 일이 아니다.
또한 이미지 구축을 통해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거나 힘들 내게 도와줄 수 있다.
배우들이 하는 일이 바로 이런 일이라 생각한다.
배우들은 영화난 드라마 내에서 자기 자신을 감추고 배역의 가면을 쓴다.
우리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즐거움을 느끼고, 그들의 감정에 빠져들게 된다.
우리 또한 이미지를 만들어 그렇게 할 수 있다.
좋은 이미지를 통해 타인에게 즐거움, 위로를 줄 수 있고,
우리는 그것을 통해 타인의 호의를 얻을 수 있다.
이것만큼 상부상조하는 것이 있을까?
물론 우리는 타인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도록 자신을 훈련시켜야 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우리를 속여 해를 끼치려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이미지를 만들고 가면을 쓰는 것은
그저 하나의 도구일 뿐, 좋고 나쁨은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에 달렸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세상에 있는 모든 것들은 좋은 점이 있으면 나쁜 점도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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