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서는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해 부정적 감정을 다루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앞선 글에서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 설명한 적이 있다.
2024.01.22 - [전략과 전술] - 평정심을 유지하는 법 - 내면의 무게추 이용하기
이 글에선 평정심을 위해 긍정적 감정과 부정적 감정 사이의 균형을 이룰 필요가 있고,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내면의 무게추를 이용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자세한 내용은 글을 참고하길 바란다.
이 글을 읽기 전에 위 글을 먼저 읽고 오면 이해하는 것에 도움이 될 것이다.
기존 무게추 이론의 문제
이전에는 무게추를 이용하면 감정을 잘 조절하여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다는 내용을 썼다.
그러나 기존의 무게추를 이용한 방법은 두 가지 약점이 있다.
첫 번째 문제는 무게추를 이용한 방법은 의지력이 필요한 일이라는 점이다.
우리가 감정을 이겨내고 무게추를 옮기는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이성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그리고 이성을 도움을 받기 위해선 전두엽이 활발히 움직여야 한다.
전두엽은 활동하는데 의지력이라는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의지력은 한정된 자원이기 때문에 무게추를 자주 옮기게 되면
무게추를 옮기기 힘들어질 수가 있다.
또한 의지력은 감정을 조절할 때 뿐만 아니라
문제해결을 위해서도 사용되는 자원이다.
때문에 의지력은 필요할 때를 대비해 최대한 아낄 필요가 있다.
두 번째 문제는 무게추를 이용한 방법은 유지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우리의 기분은 하루에도 몇번씩 바뀐다.
살아가는 동안 외부에서 굉장히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면의 무게추를 이용해 균형을 잡았더라도,
내면의 감정 상태가 바뀌면 또다시 균형이 깨질 수 있다.
이를 유지하기 위해선 항상 감정상태를 관찰해야 하는데
계속해서 관찰하는 것은 너무나도 피곤한 일일 것이다.
대부분의 현대인은 집중력이 그리 좋지 못하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신경쓸 것이 많은데 여기에 하나 더 추가되면 머리가 아프다.
그래서 무게추의 단점을 보안하기 위한 방법이 필요하다.
이 방법이 감정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이다.
감정을 받아들이고 인정하기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감정을 느낀다.
그리고 이 안에는 감정의 중심이 되는 요소들이 존재한다.
어렸을 때의 경험이나 최근에 있었던 사건들이 이에 해당한다.
똑같은 사건을 겪어도 사람마다 느끼는 것이 다른 이유가 이런 경험들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요소들은 우리에게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우리가 감정을 무시하고 억누를 때 이 요소들의 영향은 더욱 커지게 된다.
그래서 감정이 일어났을 때 중요한 것은 감정과 마주하는 것이다.
부정적 감정은 음식물에 비유할 수 있다.
음식물이 처음 요리되어 나올 때는 우리가 먹어서 소화할 수 있다.
남은 음식물은 쓰레기로 분류하여 바로 처리하면 우리는 별 느낌 없이 처리가 가능하다.
그러나 만약 음식물을 처리하지 않고 내버려두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시간이 가면 갈수록 음식물이 부패하여 악취를 내고,
매우 매우 불쾌한 비주얼을 갖게 된다.
필자는 한창 연구실 일로 바빴을 때
일주일 정도 싱크대의 음식물을 처리하지 못한 적이 있었다.
그 음식물을 처리하려고 봤을 때 어마어마한 악취와 그 비주얼을 잊을 수 없다.
처리하면서 냄새와 비주얼 때문에 몇 번 헛구역질을 했었다.
부정적 감정도 우리 마음속에서 처리되지 않은 채 오래 있으면 부패해서 썩어버린다.
썩어버린 감정은 마음 속에서 악취를 풍기며 우리가 느끼는 모든 감정에 영향을 끼친다.
썩은 음식물이 우리 몸속에 들어오면 배탈이 나듯이
썩어버린 감정이 우리 마음속에 있으면 마음에 병이 들어 버린다.
그래서 부정적 감정은 가능하면 빠르게 처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감정을 처리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감정을 처리하는 방법
미리 말하자면 부정적 감정을 처리하는 것은 굉장히 불쾌한 일이다.
감정이 오래됐으면 될수록 더욱 더 불쾌해진다.
음식물이 오래되면 처리하는데 불쾌한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감정을 처리하는 것은 너무나도 중요하다.
썩은 감정을 안고가면 더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많은 노력과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감정을 처리하는 것은 그 가치가 충분하고도 넘친다.
각오를 다지고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감정을 마주하고 처리하기 위해 다음 단계를 거쳐야 한다..
- 지금 이 감정의 정체는 무엇인지 살펴본다.
- 감정의 원인이 무엇인지 확인한다.
- 감정을 받아들이고, 이를 밀어내지 않는다.
먼저 감정의 정체를 알아야 한다.
이 감정은 분노인가, 실망인가? 아니면 질투? 시기심?
감정의 정체를 알아야 원인을 파악하기 쉬워지고, 이를 받아들이기도 쉬워진다.
적을 알아야 이에 대응할 수 있다.
적이 탱크를 타고 있는데 소총으로 싸우는 것은 무모한 짓이다.
감정의 정체를 알았다면 원인을 알아야 한다.
감정을 느낄 때의 상황을 생각해 보자.
느끼기 전에 어떤 상황이 있었는가?
거기에는 누가 있었는가?
그전에 비슷한 일이 있었을까?
과거의 경험이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최대한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저야 한다.
깊게 들어갈수록 감정의 기반이 되는 경험을 뿌리 뽑기 쉬워진다.
잡초를 뿌리까지 제거하지 않으면 다시 자라나는 것처럼,
부정적 감정도 그 근원을 제거하지 않으면 계속해서 생겨난다.
물론 그 뿌리를 찾았다고 해도 이를 완벽히 없애는 것은 너무나도 힘들다.
깊게 들어갈수록 시간이 오래된 경험이고,
오래되었을수록 머리 깊숙이 박혀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알면, 비슷한 감정이 들었을 때 이성적으로 판단하기 쉬워진다.
감정이 현재의 위협이나 사건이 아닌 이미 지나간 과거의 사건에 의한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과거의 위협은 현재의 우리에게 해를 끼칠 수 없다.
이렇게 원인을 알았다면 그다음은 감정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 감정을 없애려 노력하는 것이 아닌 그 감정을 충분히 느끼는 것이 필요하다.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선 먼저 쓰레기를 모아 들어야 한다.
그런 것처럼 감정도 처리하기 위해선 그 감정을 느끼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앞선 과정도 충분히 힘들 수 있지만, 이 과정은 참으로 많이 힘들다.
처음에 필자는 감정 처리하면서 술을 많이 마셨었다.
너무 고통스러워서 술을 마시고 혼자 울었었던 기억이 있다.
그만큼 오래된 감정을 받아들이고 처리하는 것은 힘들다.
그러나 우리가 고통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뇌는 이를 처리하기 위해 노력한다.
특히 잠을 잘 때 이 과정이 활발히 이루어진다.
사실 악몽을 꾼다는 것은 뇌가 감정을 처리하기 위해 시도한다는 증거이다.
뇌는 괴로운 기억을 처리하기 위해 먼저 기분 좋게 만드는 물질로 뇌를 푹 적신다.
이후 그 기억을 꺼내 처리를 하기 시작한다.
마취를 하고 수술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좋지 않은 기억이 부정적 감정을 일으키지 않도록 한다.
일종의 적응을 하는 것이다.
만약 이 과정이 너무 힘들다면 의학의 도움을 받는 등 외부의 도움을 받는 것을 추천한다.
그냥 내버려두거나 포기하지만 않으면 된다.
하나 위로를 하자면 혼자만 그렇게 고통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고통과 힘듦을 느끼면서 살아간다.
필자는 과거 지독한 외로움을 느낀 적이 있었다.
그 누구에게도 연락이 오지 않고, 세상이 모두 나를 버렸다고 생각했다.
필자가 없어져도 세상은 잘만 돌아간다는 생각에 우울해졌고,
필자가 죽었을 때 올 사람이 가족 외에는 없다는 생각에 더 우울해졌다.
필자는 외로움을 느끼면서도 그 외로움을 애써 무시했다.
그 외롭지 않은 척, 슬프지 않은 척 살아가면서 기쁜 척, 행복한 척 타인과 필자를 속였다.
이 감정들은 점점 썩어 들어가 더 이상 감당이 안 될 때 이 감정들이 터졌던 적이 있었다.
필자는 그때 일병이었다.
군대의 맞선임은 어마어마한 미친놈 었다.
맞은 적은 별로 없었지만 말로 갈구는 스타일의 사람이었는데,
문제는 같이 일하는 간부 한 명이 맞선임을 신뢰한다는 점이었다.
때문에 맞선임은 의기양양해서 더더욱 나를 괴롭혔다.
그렇게 갈굼 당했지만, 다른 선임들은 별 관심이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단순히 몰랐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그냥 무시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낯선 환경에서 갈굼 당하고, 도와줄 친한 친구들 마저 없으니,
정신이 점점 마모돼있었다.
그러나 군대의 특성상 혼자서 생각할 환경이 없고, 감정을 처리할 여유는 더더욱 없었다.
결국 감정은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여 썩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필자는 자살을 생각하기 시작했고,
전형적으로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보이는 징후들을 보였다.
그렇게 며칠을 멍하게 있다가, 다행히도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동기의 도움으로 벗어날 수 있었다.
동기가 필자를 끌고 다이랙트로 중대의 실세인 행정보급관에게 달려간 것이다.
그러나 이는 군대 내에선 그리 좋게 보이지 못하는 행동이다.
아마 필자가 반쯤은 폐급으로 낙인찍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이래저래 일이 많았지만 결국 이 일은 어느 정도 해결되었었다.
(결국 그 선임은 다른 사람에게 다른 이유로 찔려서 다른 중대로 가버렸다.)
그 사건 이후 필자는 이 상황을 타개할 필요가 있다 생각이 들었고,
필자의 감정을 처리하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여러 심리학을 공부하게 되고 지금까지 온 것이다.
이야기가 좀 다른 곳으로 빠진 것 같은데 핵심은 모두들 힘든 일들을 겪는다는 것이다.
그러니 고통스럽고 힘들다고 해서 혼자 유별난 것이 아니다.
마무리하며
감정을 다룬다는 것은 성을 방어하는 것과 비슷하다.
부정적 감정은 우리가 관심을 줄 때까지 성을 공격한다.
그러다 성이 뚫려버리면 우리는 갑작스럽게 감정의 파도에 휩쓸린다.
그전에 우리는 사신을 보내 감정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협상해야 한다.
이야기를 들어주면 들어줄수록 감정은 그 힘이 줄어든다.
그때 우리는 감정을 회유하여 우리 편으로 만들 수도 있고,
의지력을 동원해 공격하여 감정을 무너트릴 수도 있다.
일종의 반격을 가하는 것이다.
우리가 성에서 가만히 있으면 있을수록
감정은 더 강한 무기와 더 많은 군대로 성을 공격하게 된다.
가면 갈수록 우리는 질 수밖에 없는 싸움을 하게 된다.
그러니 이번 글에서 다룬 내용을 통해
감정을 처리하고 이 감정들이 우리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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